Search Results for 'Melting Port/별똥별이 떨어진 구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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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9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북한관'에서 by 함광복
유수진씨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을 '준공무원'이라고 소개했다. 북한관은 북한 생필품이나 역사 문화 자료를 수집해 개관한 전시관이다. 북한관에서는 해안분지의 제4땅굴이나 을지전망대 탐방객의 안내업무와 함께 이 지방의 농특산물과 기념품, 들쭉술, 송화가루 따위의 북한 수입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전시관에서 그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시공무원이다. 굽 높은 구두가 안 어울릴 만큼 감색유니폼이 가는 몸매나 얼굴이 고등학생처럼 앳되 보였다. 그녀는 그 이유를 자신이 해안초등학교, 해안중학교를 나와, 춘천에서 성수여자정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깐 쉬었다가 취직한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직장이 있었지만 해안면사무소 직원인 아버지의 권유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러면 민통선3세?"
어린 공무원은 깜짝 놀란 것처럼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민통선 3세' 할아버지는 민통선 개척민 1세대, 아버지는 2세대, 자신은 3세대란 뜻이며 민통선 주민들끼리나 통하는 은어 같은 말일 뿐 민통선 밖에서는 잘 모르는 말이다. 우리는 금새 사이가 가까워졌다.

"그러면 스물한 살?"
"우리나이로 스물한살, 진짜 나이는 스무 살입니다."

2001년 5월에서 그녀의 나이를 역산하면 그녀가 태어난 해는 1981년, 그해는 해안분지가 운석분지(隕石盆地)로 태어나던 해다. 그 분지가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래 전 어느 날 별똥별이 떨어져 그렇게 움푹 파였다는 설이 그해에 튀어나온 것이다. 그 사건은 나를 그 분지 속으로 몰아넣었으며 아직도 틈만 나면 그 분지를 기웃거리게 하고 있다. 마치 별똥을 주우러 온 소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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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1월 하순, 해안분지는 이미 겨울이었다. 분지는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분지의 사람들은 지뢰가 묻혀 있지 않을 것 같은 산비탈을 찾아다니며 땔감을 구해다 마당 귀퉁이에 쌓으며 한겨울 돌산령을 넘어 군청소재지인 양구까지 다닐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해발 1,000m나 되는 돌산령 고갯길은 한번 폭설이 내리고 나면 그것으로 끝장이기 때문이다. 해안분지는 원래 뉴스와 담을 쌓고 사는 곳이다. 내일 아침 신문을 서울에서는 오늘 밤 가판대에서 사 보지만, 그 신문이 분지까지 배달되는 데는 빨라야 이틀, 보통 때는 사흘이 걸렸다. 폭설로 돌산령이 두절되면 일주일, '그런 구문을 누가 읽겠느냐'고 판단되면 아예 배달되지 않았다. 조간신문이 시외버스에 실려 양구읍 신문보급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개 오전10시전후, 보급소 총무가 해안분지로 배달될 신문을 분류해 '해안행' 마지막 버스에 실려 보내더라도, 분지의 배달소년이 게으름을 피우면 이튿날 아침에야 어제 아침신문, 그러니까 엊그제 뉴스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22일 아침, 분지의 사람들은 아직 모르고 있을 해안분지의 소식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날자 한국일보 사회면 톱기사는 제목부터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6.25 격전지 양구 해안분지 '펀치볼' 세계 최대 운석분지 판명'
펀치볼(Punch bowl)로 널리 알려진 6.25격전지 해안분지(강원도 양구군 해안면)가 1천만 년 전 거대한 별똥이 떨어져 생긴 세계 최대의 운석구덩이(隕石盆地)로 밝혀졌다. 강원도 양구 동북쪽 20km, 휴전선 바로 남쪽 민통선 안에 자리잡은 이 분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운석구덩이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애리조나 운석구덩이(직경1.2km, 깊이130m)보다 7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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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지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별똥이 파묻혀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우주에서 날아 온 별 꼭대기에서 농사짓고 살고 있다는 뜻이네? 그럼 우리가 우주인이야?"

"어쩐지.... 나는 개척민 선발대로 이 분지에 들어 온 사람인데, 첫 눈에 이 분지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6.25 때 원자포탄이 떨어진 자리인가보다 했지요. 내 추측이 맞은 셈이에요. 별똥이 떨어지지 않고서야 이렇게 둥그런 구덩이가 생길 리가 없지. 별똥도 이를테면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이니까."

"여기가 빤지볼이 맞긴 맞나봅니다. 6.25때 빤지볼 치듯이 포를 쏴 댔다고 하여서 빤지볼인데, 그 보다는 그 옛날 하늘로부터 강 빤지 한방을 맞고 이렇게 패였구만."

토박이들은 이 분지가 운석구덩이였다는 단서가 될 만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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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의 '센트럴 힐'은 해발500m의 언덕, 해안분지 한가운데의 낮은산을 말한다. 나는 그 산 북쪽 기슭의 지명이 '자월(子月)'이란 점이 늘 흥미있었다. 혹시, '달의 자식'이란 뜻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직경 214m의 별똥별은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 가장자기가 부서지면서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별똥별 알맹이는 아직도 엄청난 크기로 땅 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 그 별똥별이 묻혀 있을 만한 곳은 분지의 한가운데, 별똥별이 동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방향에서 날아왔으니까, 분지 한가운데서 약간 서쪽으로 치우친 곳이다. 그 곳은 센트럴 힐이 있는 곳이며 그 곳이 자월이다. 그 옛날엔 별똥별을 막연히 '달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해안분지가 '달의 자식'이 떨어져 패였다고 믿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자월엔 바로 그 '달의 자식'이 묻혀 있다고 믿고 있었을까.

Posted by 함광복

2007/07/09 21:35 2007/07/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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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내게 산맥을 넘어가 보라고 했다. DMZ속으로 연어 떼가 치닫는 시퍼런 남강(南江)이 흐르고, 강가 무시무시하게 깊은 서어나무 숲엔 장수하늘소가 우글거리며, 고미성(古美城)이라고 하는 작은 성터도 있다는 것이다. 1984년 여름이었다.

- 함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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