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평화, 그러나 끝나지 않은 전쟁/지뢰는 생물, 지능을 갖춘 공등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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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9 장군의 민들레 by 함광복
1999년 7월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희생자를 기다리는 대인지뢰' 라는 약간 감상적 주제의 토론회가 '함께 가는 사람들'이란 단체 주관으로 열렸다. 주제 발표자 4명, 진행자 1명, 안내 2명, 객석 5~6명이 참석자의 전부인 쓸쓸한 토론회였다. 이 자리에서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지금까지 한국의 지뢰피해자가 3,0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단 말이야?"
모두 주제 발표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나 그 집계는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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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뢰피해는 모두 민통선 속의 '민들레 벌판'에서 일어났다. 이제 '민들레 벌판'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아무 탈도 없을 것이다. 그 곳이 정말 노란 민들레가 피는 밭인 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촘촘히 말뚝을 박고 가시철망 울타리를 친 다음 경고판을 써 붙이가만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지뢰 무덤이나 되라며 내팽개친다면 지뢰 사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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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는 생명체도 지뢰처럼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무서운 번식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뢰는 덩치가 큰 대전차용이 세상에 먼저 태어났다. 세계1차 대전 말기 탱크잡이 무기로 아주 각광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기껏 묻어두면 적군이 파내다 아군 탱크 길목에 묻어 놓는 경우가 잦았다. 대전차 지뢰를 훔치러 오는 적군을 격퇴하기 위한 작은 지뢰가 필요해졌다. 대인지뢰는 그런 필요에 의해 세상에 태어났다. 지뢰는 화약이 발명되면서 15세기 명나라 때 처음 실전에 이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 이 미개한 생명체는 5세기 초에 완벽하게 진화를 마친 것이다. 그리고 그 세기가 가기전에 지구 전역에 종족을 번식시켰다. 랜드마인 모니터(Landmine Moniter) 1999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 매설돼 있는 지뢰는 87개국에 1억 1,000만개. 분쟁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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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는 한 번 입력된 명령을 죽어도 지키고야 마는 고집불통의 생명체인 것이 틀림없다. 그 생명체는 '자신의 머리를 밟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는 자신을 땅에 묻어 새 삶을 준 당사자라 하더라도 무차별 다리를 공격하기 전까지는 죽어도 죽지 못 한다'는 오기와 단기의 생명인자가 입력돼 있는 것 같다. 놈은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년 2만 6,000명이 인명피해를 입고 있다. 매달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2,000명 이상이 다리를 잃고 있다. 20분에 한 명꼴로 세계 어디선가 지뢰를 밟아 사망자나 장애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냉혹한 무기였다.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가리지 않았다. 피해자의 80%가 민간인에게 발생했다. 그리고 어린이 희생자가 이중 20%나 됐다.

1999년 8월 미얀마 국경 마에솟 지방에서 목재 운반용 태국 코끼리 '모탈라'가 지뢰를 밟은 사건이 일어났다. 몸무게 3t, 33살의 모탈라는 잠시 쉬는 동안 먹이를 찾아 정글을 서성이다 지뢰를 밟아 왼쪽 앞발을 잃었다. 아시아 코끼리 애호재단이 그에게 의족을 달아 준 미담으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 사건은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이 지뢰에 희생되고 있는지를 새삼 되새기고 있다. 한 야생동물보호단체는 지구상에서 162만 7,000마리의 코끼리, 호랑이, 레오파드, 사슴 등이 지뢰에 희생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 DMZ에서 야생동물이 지뢰에 희생된 사례가 밝혀진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많은 군인들은 DMZ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은 고라니나 노루 또는 멧돼지가 지뢰를 밟아 일어나는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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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면 더 좋다. 그러나 동물이라도 좋다. 내 머리를 밟아만 다오'
그것들이 '절대 죽어도 죽지 않겠다'는 오기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백춘옥씨(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현리)는 20년 전 7살싸리 아들을 지뢰로 잃었는데도 자신까지 지뢰를 밟은 한 많은 여인이다. 1998년 8월, 그녀는 마을 앞 개울을 건너려고 물 속에 발을 담그는 순간 지뢰가 터져 발목이 절단됐다. 그 곳은 그녀가 개울 건너 밭으로 갈 때 늘 건너던 곳이며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던 곳이다. 이웃 사람들은 "지뢰가 걸어 와 그곳에 숨어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며 그녀를 위로했다. 정말 지뢰는 걸어 다니기까지 하는 생명체였다. 지뢰는 이동할 줄도 알았다. 1998년 강화도 남쪽 세어도에서 2000년엔 석모도에서 세사람이 지뢰를 밟았아. 두 섬엔 매설지뢰가 없었다. 지뢰들이 홍수가 난 강을 따라 DMZ를 벗어나 수백 리 여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1996년부터 2001년 6월까지 강물을 타고 이동한 지뢰, 1,407개를 찾아냈다. 임진강에서 181개, 한탄강 232개, 차탄천420개, 대교천 142개, 김화 남대천 283개, 그리고 북한강에서 149개를 찾아냈다. 그 강들은 모두 DMZ를 관통하거나 지뢰 미확인지대를 횡단해 한강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세어도와 석모도는 한강 하구 남쪽 서해에 떠 있는 섬들이다. 100g짜리 폭풍지뢰들은 강물에 실려 서해까지 그리고 파도에 실려 외딴섬까지 여행한 것이다.

민들레는 엉거시과의 다년초. 뿌리와 줄기의 생명인자에 붕아력이 있어 밟혀도 다시 일어난다. 플라스틱이나 쇳덩어리 같은 썩지 않는 물질로 빚어진 지뢰도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 생명체다. '장군의 민들레'는 지금 그 독충들로 변신해 무서운 번식력으로 DMZ를 따라 반도를 횡단해 버렸다. '남쪽 민들레', '북쪽 민들레'가 다투어 심겨지고 있는 DMZ는 사실 세계 최고의 지뢰밀집 지역이 됐는지 모른다. 장군이라면 아마 "이 때문에 전쟁이 억제되고 있으며 그만큼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정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이들 독충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이지에 대해선 아무도 할 말이 없다. 돌 틈, 나무뿌리 사이, 갈대밭 속, 가랑잎 밑, 진달래 꽃 그늘, 찔레꽃 넝쿨 속, 곰취밭, 큰길가, 오솔길, 실개천, 모래밭, 두더지 굴 옆, 심지어 옹달샘 가재 집에까지 외계에서 온 생명체처럼 은신해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그 독충을 박멸할 대책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Posted by 함광복

2007/08/09 14:24 2007/08/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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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내게 산맥을 넘어가 보라고 했다. DMZ속으로 연어 떼가 치닫는 시퍼런 남강(南江)이 흐르고, 강가 무시무시하게 깊은 서어나무 숲엔 장수하늘소가 우글거리며, 고미성(古美城)이라고 하는 작은 성터도 있다는 것이다. 1984년 여름이었다.

- 함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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