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꽃가루나 줄기 속의 진이 살갗에 묻으면 영락없이 두드러기가 나는 독초, 글루코사이드 성분만 추출해 세균전이나 화학전처럼 전쟁에 동원된 전력이 있는 기분 나쁜 풀.

단풍잎돼지풀은 1년생이면서도 7월 초에 벌써 대숲만큼 커버렸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이 귀화한 독초는 DMZ를 뒤덮고 춘천,고양 일대까지 남하 됐다.
이 고약한 독초가 우리나라에도 침입했다. 환경부는 최근 '돼지풀과 단풍돼지풀을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 제8호의 규정에 의하여 생태계위해 외래식물로 지정하였으며 이러한 식물을 제거하여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고자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단언컨데 이 풀은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우리나라 산하 곳곳에 번지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돼지풀 이민1세대가 정착했던 곳은 비무장지대. 우리 할아버지들은 이 풀을 모르고 있었지만 비무장지대 병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많은 병사들이 이 풀을 '두드러기 쑥'이라고 명명하게된 불쾌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 풀을 내가 '돼지풀'로 만난 때는 1985년 고미성에서 시작돼 비무장지대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행할 때다.
노학자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 이럴 수가. 북아메리카나 만주에나 있어야 할 돼지풀이 여기 왜 있지? 이렇게 많이..."
"박사님, 돼지풀이라니요? 이놈은 두드러기를 돋게 하는 독초, 두드러기 쑥입니다. 하 하 하."
내가 아는 체를 했다.
"좋아, 좋아요. 이 두드러기 쑥을 언제 보았소?"
"10여 년 전 DMZ 병사시절이지요. 아니, 그 전에도 있었겠지요.(뭐, 이따위 흔해빠진 걸 가지고 놀라십니까? 명색이 식물학자가.)"
"그런데 누가 두드러기 쑥이라고 합디까?"
"누가 그러긴요. 우리가 명명했지요. 우린 열목어도 눈알이 기분 나쁘게 새빨갛다고 김일성 고기라고 명명했는데요. 금강모치는 잡아 놓으면 금새 썩으니까 똥고기. 피나무는 바둑판 만들기에 좋으니까 바둑나무 그런식이지요. 하 하 하."
1953년 7월 27일 이후 전 전선에서 총성이 멎었다. '워커'와 '헝겊 군화'도 각각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워커'와 '헝겊 군화'를 따라왔던 아메리카 돼지풀과 만주 돼지풀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원래 감정의 동물이거든. 어떤 때는 감정이 뒤틀려 싸우다가도 감정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서로 화해하고 돌아선단 말이야. 그러나 돼지풀 사전엔 화해란 없어. 끝까지 싸우는 거야."
마치 자신들의 숙주인 '워커'와 '헝겊 군화'가 못다 이룬 땅 뺏기를 대신 하듯 '워커' 와 '헝겊 군화'가 목숨을 걸고 부르짖던 이상을 실현하려는 듯 전쟁을 하던 사람들은 그 전쟁을 잊었는데, 그들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Posted by 함광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