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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4 너구리 예방주사 맞다 by 함광복
1993년 10월 7일 강원도 가축위생연구소는 한 달 전 미쳐 날뛰다 죽은 김모씨가 기르던 숫놈 발바리가 진성 광견병이었다고 병성(病性) 감정결과를 통보했다. 오지리는 몇 년 전 민간인통제선을 북쪽으로 더 밀어 올리면서 '민남(民南)지역'으로 편입된 마을이다.

'민남지역'이란 행정지명은 없다. 그러나 철원 사람들은 민간인통제선을 중심으로 그 북쪽의 철원을 '민북(民北)지역', 그 남쪽을 '민남지역'이라고 불렀다. 일단 민남지역으로 편입되면, 거주의 자유가 보장될 뿐 아니라 야간통금 따위도 없어져 주민들은 "우리도 비로소 보통 사람이 됐다."며 으스댈 수 있었다. 민통선 초소의 바리게이트가 치워진 오지 사거리는 작은 면 소재지처럼 번화해졌다. 수퍼마켓이 생겼고, 철원평야의 땅 부자들이 주고객인 다방과 술집, 민통선 어린이들이 "왜 우리 동네는 없느냐."고 성화이던 피아노 학원도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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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DMZ의 모든 젖먹이는 동물이 광견병에 걸릴 수 있다.


그 바이러스는 고온에는 약해 태양광선이나 자외선만으로도 파괴할 수 있으나 전파 보균체인 야생동물을 일일이 붙잡아 백신 접종할 수 없다는 방역의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먹이를 찾아', '번식을 위해' 국경 없이 이동하는 그들에게 예방주사를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907년 처음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그 후 매년 200~800건씩 발생하다가 차츰 줄어들어 1984년 단1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8년 동안 감족같이 사라졌었다. 이미 한국에서는 '미친개'란 말은 옛날 얘기 속에나 나오고 있었다.

잊여진 병, 광견병. 하필 그 병이 막 민통선으로부터 벗어난 오지리,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차단된 청정지역이라고 믿고 있던 그 마을에 발생한 것이다. 주민들은 몹시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이었다.

8월 18일 밤 김씨는 잠결에 발바리가 심하게 짖어대는 소리를 들었다.
"아무래도 저 놈이 옆집 암놈을 놓고 제 친구와 삼각관계인 것 같아."
김씨는 별 생각 없이 다시 잠이 들었다. 이튿늘 아침 굉장한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오소리 한마리가 나자빠져 있었다. 발바리도 상퍼를 입은것 같았으나 의기양양했다. 내 솜씨가 어떠냐는 듯 껑충껑충 뛰며 김씨를 반기고 있었다.

김씨는 오소리가 간밤에 그 산에서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왔다 발바리에게 당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소리는 쐐기처럼 생긴 땅딸막한 몸매인데다 네 다리, 특히 앞 다리는 바위를 들어내는 강한 힘을 가진 동물이다. 밴텀급 체격의 전형적이 인파이터이다. 김씨의 개는 발이 짧아 발바리다. 그 발바리가 야생의 오소리를 잡아 눕혔다는 것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사건이었다.

발바리의 용맹은 삽시간에 이 마을, 저 마을에 알려졌다. 어떤 이는 씨를 받겠다고, 암놈 발바리를 이끌고 오기도 했다. 개가 그런 데 우쭐해져 감자기 버릇이 나빠질 리는 없다. 그런데도 발바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쁜 짓을 저질럿다. 느닷없이 제 나이와 같은 옆집 소년을 문 것이다. 이어서 놀러 온 두 마리의 친구 발바리를 물어 뜯었다. 그리곤 어디론가 쏜살 같이 달아나 버렸다. 사람들은 그때 발바리의 광기 어린 파란 눈을 보았다. 오소리와 일전을 벌인 그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만인 9월 18일 오후 5시께였다.
발바리는 이틀 후 죽은 채로 발견됐다. 수의사들은 발바리가 광견병에 검염돼 극도로 건강이 악화된 오소리와 싸웠고, 그때 자신도 래비즈 바이러스를 옮겨 받았으며 1개월 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면서 '만행'을 저질렀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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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2001년 초봄 DMZ 인근지역에 광견병 미끼 백신을 살포했다. 미끼 백신이란 동물들이 좋아하는 미끼에 예방주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백신 성분을 넣어서 비행기로 산악지방에 뿌리거나 야생동물이 많은 지역에 배포하는 방법이다. 강원도 가축위생시험소는 수의과학검역원과 함께 썩은 고기 냄새가 나는 성냥갑 크기의 미끼백신 1만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봄눈이 녹기 전에 강원도 철원, 화천지역에 뿌렸다. 이는 DMZ 남쪽에 폭 10Km의 방역대(防疫帶)를 설치하기 위한 예비 시험으로 이미 풍토병이 되다시피 한 광견병의 남하를 막자는 것이다.

2001년 5월 미끼백신은 76%가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소리일까? 아니면 너구리나 집을 나온 들고양이, 또는 등줄쥐? 누군가 이 '예방음식'을 주워 먹은 게 틀림없다. DMZ 야생동물들은 누구라도 먹어야 한다. 그리고 광견병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Posted by 함광복

2007/07/04 14:29 2007/07/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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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내게 산맥을 넘어가 보라고 했다. DMZ속으로 연어 떼가 치닫는 시퍼런 남강(南江)이 흐르고, 강가 무시무시하게 깊은 서어나무 숲엔 장수하늘소가 우글거리며, 고미성(古美城)이라고 하는 작은 성터도 있다는 것이다. 1984년 여름이었다.

- 함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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