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강'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강이 왜 산맥 너머 북쪽에서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연어를 본 일도 없었다. 누군가로부터 '어미연어는 어른의 허벅다리만 하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어려서 먼 바다로 떠났다가 어른이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새 생명을 잉태시켜 놓고 죽는다는 그 물고기는 내게 상상의 물고기였다. 장수하늘소, 오래 전 사라진 그 곤충에 대해서도 억센 턱과 망토를 걸친 것 같은 멋진 날개를 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 천연기념물까지 산맥 너머에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쾅쾅 가슴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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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늘소를 보셨나요?"
나는 그 귀한 곤충을 노인이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물어봤다.
"우린 그놈을 게 벌레라고 하지요. 바다의 게처럼 집게가 있거든."
"고미성이란 작은 성도 있다면서요?"
"금강산엔 작은 성이 많아요. 성터가 있으니까 고미성이라고 이름 붙였겠지."
노인까지 산맥을 한번 넘어가 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꼭 한번 산맥을 넘어가 보고 싶었다. 노인이 두고 온 고향의 연어 떼와 장수하늘소 그리고 작은 성(城)은 말할 것도 없고, 초가집들과 우물터, 유점사 가는길과 성황당, 찰벼를 심던 고논과 목화밭들이 사람이 떠난 빈 마을에서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곳은 갈 수 없는 곳이다. DMZ, 그 곳에서는 낙엽이 떨어지는 바스락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며, 새가 놀라 하늘로 치솟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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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여름 나는 DMZ가 끝나는 동해안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동호리에서 DMZ가 시작되는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까지 민간인 통제구역속의 '여행허가'를 받았다. 단, 두 가지 주문을 받았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잘 훈련된 북한군이 특수 제작한 커다란 가위로 한국군 초병의 목을 잘라간다'는 소문에 불안해 했다. 바로 그런 불확실한 정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어떤 무기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를 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Posted by 함광복

